Veronica Kim 2009. 8. 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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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시인 / 민병희  

     

    졸린 눈 비비며 봉당에 선다

    부엌 쪽에서 매운 연기나 나온다

    아마도 또 아궁이에서 불이 내나보다

    굴뚝이 잘못되었나!

    엄마는 수건 두르고 밥 짓는다

    어서 일어나 씻고 학교 가라고


    밥을 먹고 학교 가라는 게 아니고 씻고 학교 가라신다

    아직도 울 엄마의 결벽증은 진행 중이다

    밤에 씻고 자서 안 씻어도 깨끗하건만

    동생들보다 먼저 나와야 덜 혼나니

    졸린 눈 비비며 봉당에서 졸고 있다


    눈 둑 미루나무 바람에 흔들거린다

    참 잘 자라네! 어찌나 쑥쑥 자라는지

    밭둑에 감나무랑 앵두나무도 있었건만

    눈길이 미루나무에 간다

    키가 큰 순진한 아이를 연상하게 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휘청대며 스싹거리는 나뭇잎 그립다

    미루나무 스치는 내 고향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