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 문학 및 좋은 글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 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 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 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 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