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체에 대한 이해없이 개인적 경험만으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며 누구나 가졌음직한 궁금함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서울아산병원 내과 김명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 본다
알콜 양은 어떻게 계산하나=알콜 양은 ‘술의 양×도수(농도)’다.
예를 들어 도수가 4%인 생맥주 500㏄ 한잔의 알콜 양은 20g(500×0.04)이다.
또 2홉들이 소주 한 병의 알콜 량은 82.8g(360×0.23)이다.
의사들이 권고하는 하루 알콜 섭취 최대량은 80g이다.
술을 자꾸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나?=주량은 알콜을 분해하는
유전적 능력과 후천적 ‘연습’에 의해 결정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자주 마시면 간의 알콜 분해능력이 증가해
잘 마실 수 있게 된다. 2주간 매일 술을 마시면
간의 알콜 분해능력이 30% 정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술을 자주 마시면 뇌세포가 알콜에 내성이 생겨
왠만큼 마셔도 취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된다.
왜 여자는 남자보다 술을 못 마시나=남자보다 지방이 많고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지방에는 알콜이 흡수되지 못하므로
체중에서 지방을 제외한 제(除)지방량이 술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몸무게와 근육이 많은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
얼굴 붉어지는 사람은 주량이 약한가=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술이 약한 사람은 알콜을 빨리 분해하지 못하므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나 이는 얼굴이 붉어지는
무수히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술이 센 사람 중에도 자극에 민감하거나 피부의 문제 때문에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많다.
혈중 알콜농도는 언제 최고가 되나=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술 마신 뒤 30~90분 지나면 혈중 알콜농도가 최고가 돼 점차 감소한다.
맥주 1000㏄를 마신 경우 평균적으로 5~6시간 지나면
피에서 알콜이 완전히 빠져 나간다. 물론 술의 양에 따라
혈중 알콜농도가 제로(0)가 되는 시간은 다르다.
많이 마시면 피에서 알콜이 빠져나가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술 마셔도 음주측정에서 걸리지 않는 이유는=혈중 알콜농도는
간의 알콜 분해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술이 센 사람은 그 만큼 알콜이 빨리 분해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술을 제법 많이 마셨어도
음주측정에서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
술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술을 마셨을 때 받는
신체 손상 정도는 어떻게 다르나
=술이 세다는 것은
술이 빨리 분해된다는 얘기지,
몸이 술에 버티는 힘도 강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이나 뇌 등 인체 각 장기가 술로 받는 손상은
마신 양에 거의 비례한다. 따라서 술이 센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장기의 손상이 크다.
구토를 하면 술이 빨리 깨나=구토는 자연스런
인체의 방어행위다. 따라서 구토를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으며,
때에 따라 손가락을 입 속에 넣는 등의 방법으로
구토를 해 버리는 게 낫다. 구토를 하면
위에서 흡수되지 않고 있는 알콜까지 빠져 나오므로
술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술이 덜 취하나=덜 취하는 게
아니라 늦게 취한다. 안주가 소화되느라 알콜의 흡수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위장도 편하고, 술도 천천히 취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취하는 정도는 알콜의 절대량에 달렸다.
따라서 안주가 좋으면 좋을수록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몸에는 독이 된다.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나=안주와 같은 원리다.
천천히 마시면 서서히 취하므로 결과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만약 자제할 능력만 있다면
폭탄주 한 두 잔을 마시고 빨리 취해 버리는 게
오랫동안 홀짝홀짝 마시는 것보다 낫다.
술 깨는 약의 효과는=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으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콩나물 등에
많은 아스파라긴산이 포함된 음료는 알콜 분해를 촉진시키고
독성물질의 농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약을 믿고 술을 더 마시게 된다는 게 문제다.
곡주는 왜 숙취가 심한가=정제기술과 관계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잘 정제된 포도주나 위스키엔
불순물이 거의 없어 머리도 덜 아프다.
그러나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막걸리나
집에서 담근 과일주에는 아세트알데히드 등
불순물이 남아 있어
두통 등 숙취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필름은 왜 끊기나=단기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손상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뇌 MRI 결과를 보면
해마가 쪼그라들어 있다. 해마 뿐 아니라
전두엽 측두엽 등 뇌 다른 부위에도 술은 손상을 준다.
이 때문에 알콜성 치매가 유발된다. 필름이 한번 끊기기 시작하면
그 다음엔 자동적으로 끊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과 다르다. 필름이 계속 끊기는 이유는
폭음하는 음주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이다.
술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는 이유는=술 한 잔을 마시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수분이 빠져 나간다.
술 자체의 이뇨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물을 가급적 많이 마셔야 한다. 특히 맥주를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는데, 이 때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술이 아니라 인체의 수분이다. 술 마신 다음날
목이 마른 이유도 이같은 탈수현상 때문이다.
술 마실 땐 왜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나=술과 담배 모두
중독성이 있고, 술을 마시면 중독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 간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면
산소결핍상태가 유발되므로 음주시 흡연은
평소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사우나로 땀을 빼면 술이 빨리 깨나=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노폐물이 배출되므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우나는 삼가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그렇지 않아도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 지는데,
사우나를 해서 무리하게 땀을 빼면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술 마신 다음날 허기를 많이 느끼는 이유는=일시적 저혈당
증세 때문이다. 알콜은 포도당의 합성을 방해하므로,
과음한 다음 날엔 식사를 해도 혈당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허기를 느끼고 무엇인가를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술 마신 다음날엔 꿀물 등으로
당 성분을 보충해 주는 게 좋다.
술 깨는데 좋은 음식·음료는=물 보다 다량의
전해질 성분이 있는 얼큰한 국물, 과일주스, 스포츠 이온 음료 등이
술 깨는 데 훨씬 낫다. 알콜이 분해돼 소변으로 배출될 때는
다량의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므로 숙취현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술에서 빨리 깨려면 해장국 등
전해질 성분을 많이 보충해 주는 게 좋다.
수술을 했거나 다래끼·종기가 났을 땐 술 마시면 안되나=
술이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술과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약을 복용할 때는 술을 삼가는 게 좋다.
술은 우리 몸의 장기에 어떤 영향을 줄까?
뇌 =폭음은 숨골이라 불리는 연수를 마비시켜
심한 경우 호흡장애로 사망할 수 있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 때문이다.
그 밖에 뇌세포 파괴로 사고·기억력 감퇴, 알콜성 치매 등도 유발된다.
간 =지나친 음주는 간에 ‘기름기’가 끼는 지방간의 원인이다.
계속 폭음하는 사람은 알콜성 간염을 거쳐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국내 간경화 환자의 80~90%는
간염 바이러스와 폭음의 합작품이다.
췌장 =다량의 알콜을 섭취하면
췌장의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췌장에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분비되므로
술을 많이 마시면 소화기능이 감퇴된다.
또 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잘 안돼
당뇨병이 생길 수도 있다.
위 =단 한차례의 폭음으로도 위염, 위궤양이 생길 수 있다.
도수가 높은 술을 폭음한 경우 위 벽에 손상을 입어
위경련 등 극심한 위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심장 =술을 많이 마시면 뇌 자율신경에 이상이 오는데
심장은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대표적 장기다.
따라서 협심증이나 부정맥 등이 있는 환자는
폭음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
식도 =폭음한 뒤 구토를 하는 과정에서
식도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만약 식도를 지나는 혈관이 손상되면
엄청나게 많은 피를 쏟게 되는데,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대장 =장은 섭취한 음식물을 흡수하는 장기.
폭음을 하면 장의 흡수과정에 부담이 돼
배탈이나 설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
뼈 =특히 골반뼈와 대퇴골두
(허벅지 가장 윗부분에 골반과 연결돼 있는 뼈)가
직접적인 손상을 받는다. 즉 대퇴골두의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겨 뼈가 죽는데,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 한다.
엉치뼈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오랜 음주로 인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