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윤용하 곡/ 박화목 시 / 조영남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며
고운 노래 귓전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서러운 노래라도 부르자
보릿고개를 모르는 사람은 가난을 모르고
가난을 모르는 사람은 보리밥의 진미를 모른다.
[보리밭]을 지은 작곡가 윤용하(尹龍河)를
군대 간 남동생이 찾아와 술을 한잔 대접했다.
윤용하는 술만 마시고 고기 안주는 손을 대지 않았다.
윤용하가 입을 열어 동생에게 [돈 좀 있니?].
주머니를 털어 동생은 형에게 얼마를 건넸다.
윤용하는 손대지 않은 고기 안주를
신문지에 둘둘 말아 싸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965년 7월, 43세의 나이로
셋방살이 단칸방에서 눈을 감았다. 너무 일찍......
[보리밭]은 가난한 사람이 지은 노래다.
박화목이 [옛 생각]이란 시를 지어
윤용하에게 건넸더니 [보리밭]이라는 제목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윤용하는 1922년 황해도 은율군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12세 때 일제의 압정을 피하면서 살길을 찾아
집안이 만주로 이주해갔다. 사정이 어려워 학교라곤 초등학교밖에 다닐 수 없었다.
그는 어릴 적 성가 속에서 음악적 자질과 열정의 씨앗을 키웠다.
선천적으로 소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그는 성장하여 중국의 봉천과 신경을 중심으로
오현명 김동진 김대현 김성태 등 많은 악우들과 함께 작곡활동을 벌였다.
광복 이후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와 함흥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나 북쪽의 예술어용화 정책에 반발하여 38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왔다.
곧이어 6.25 전쟁이 일어나 부산으로 피난 갔다.
피란지 부산이 그의 궁핍을 더 심화시켰으면 시켰지 덜어줄 리 없었다.
그런 뼈저린 궁핍 가운데서도 이를 악물고 작곡에 전념하는
거의 순교자적 자세로 살았다.
[보리밭]은 부산 피란살이의 고난 속에서 우러나온 민족적 아픔의 교향곡이다.
윤용하는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새벽마다 성당에 나가 엎드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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