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極樂鳥) 보신적이 있습니까?
기이하게 생각되는 새가 하나 있다. 이름이 극락조이다.
세계의 내노라고 하는 새들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이런 멋진 이름을 가진 새는 발견할 수 없다.
영어 이름은 bird of paradise다.
천상의 새, 또는 천국의 새다.
역시 환상적인 이름이다. 극락이라,
불교에서 말하는 천당인데
그러면 불사조나 봉황 같은 상상의 새인가?
그러나 이 새는 상상의 새가 아니라, 실제로 동남 아시아의
정글에 사는 현세의 새다.
이 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세계의 새들을 다 모아 놓아도 이만큼 예쁜 새를 찾아 보기
힘들다.
극락조가 짙은 정글 사이를 사뿐 사뿐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하늘하늘
하강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천상의 새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던가?
모진 인간들의 욕심때문에 불구가 되는 불행을 겪으면서
억지로 받은 서럽고 모진 이름이다.
극락조는 보르네오 섬과 그 인근 인도네시아 서부 일대,
그리고 오스트라리아 서부 일대의 깊은 숲 속에 산다.
종의 종류가 다양해서 42개나 되는 종이 있다.
크기 또한 차이가 극심해서 참새만한 크기에서
어지간한 거위 크기의 큰 종도 있다.
생김 생김이나 색깔도 가지 각색이어서
그저 멧비둘기 수준의 수수한 모습의 극락조에서
눈을 믿을 수 없을만큼
화려한 극락조까지 변이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소리는 별로 아름답지가 않지만 교미 때는
오페라 극장 같은 전용 무대를 만들어 놓고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짝을 유혹한다.
극락조는 이미 아시아에서 그 아름다움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던 고급 상품이었다.
서방에 알려진 것은 1520년도였다.
술탄 바트치안이 세계 일주에 나섰던 마젤란에게
이 극락조가 신의 새라고 소개하면서
스페인 국왕에게 전해 달라고 그 깃털이 고스란히
보존된 몇 장의 새가죽을 선사했었다.
마젤란 함대의 유일하게 생존한 마지막 배가 돌아와
이 극락조의 깃털을 국왕에게 바치자 유럽에서는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 화제가 되었었다.
뉴기니아 원주민들은 이 새의 깃털 가죽을 팔 때는
날개와 다리를 제거 한 후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새 깃털 가죽을 몰루카 섬에서 구입한 선원들이
그 섬의 원주민에게 극락조가 다리도 날개도 없이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본즉 그들은 그 새가 'bolong diuata',
다시 말하면 이 다리가 없는 새는 신을 모시는
새이기 때문에 절대 땅은 밟지 않고
하늘에서 흐르듯 살면서 이슬만 먹고
살다가 죽을 때에야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리는 없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 때는 그런 때였던지
이런 전설을 유럽인들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뒤 이 지역을 방문한 탐험대가 드문 드문 돌아오면서
털가죽을 몇 장씩 가져온 이 새는 '천상의 새'
다시 말하면 'Birds of Paradise' 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주어졌다.
원주민들이 신의 새로 부른다는 극락조의 현지명을
유럽형으로 바꾼 이름이다.
원주민들이 극락조의 다리가 왜 잘렸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추측은 어렵지 않다.
극락조에서 가장 상품가치가 높은 깃털은 긴 꼬리털이다.
원주민들은 아마도 극락조를 새끼 때 생포해서 잡아 직접
길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 깃털은 땅에 끌리면 훼손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 안에 넣고
깃털은 밖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길렀던 것 같다.
원주민들은 날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날개를 잘랐을 것이고
땅에 내려와 긴 꼬리털을 끌고 돌아다니면 상하기 때문에
다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리를 어렸을 때 잘라 버렸기 때문에 상처도
흔적을 찾기 어렵게 아물었고 그 흔적도 깃털에 가려져
얼핏 보면 정말 다리가 없는 신비한 새로 여겼을 것이다.
이것이 맞는다고 보면 극락조의 환상적인 이름은
인간이 동물에 가한 잔인함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다한 이름의 뒤에서
인간들의 잔인한 탐욕때문에 원하지 않은 병신이 되어서
목이 메어 울었을 극락조의 슬픔이 묻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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