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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사탕

Veronica Kim 2008. 11. 12. 17:17

 

 

 

 

 

박하사탕    

             시인/  백영호

  친구랑 점심 한 그릇 비우고 나서는데
  계산대 소쿠리에 담긴 박하사탕을 집어 건넨다
  어릴 적 그리도 맛있었던 이것이

  5일장,
  엄니가 장에 가시면
  나는 청마루에 배 깔고
  몽당연필  침 묻혀 가며 그 날 숙제를 했다

  엄니는 우리 장남 숙제 다 했냐 시며
  누나 몰래 손안에
  박하사탕 두 개를 집어주고 웃으셨다

  깨물어 씹어먹기엔 하도 아까워
  혀끝으로 이리 돌리고 저리 굴리며

  살살 녹여 삼켰고
  나머지 한개는 살강 종지에 올려 놓고
  다음날 학교에서 오자마자
  도둑고양이처럼 살째기 꺼내 먹었지

  진주읍내에 소싸움대회가 있던 날도
  엄니는 읍내 갔다 오시며
  박하사탕 두 알을 사 오셨다

  나 ,
  열 일곱 들어서던 해
  장을보러 가신 엄니는
  여태껏 돌아오시지 않으시고  

  그자리 ,
  박하향기가 입 안 가득 침을 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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