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날에 쓴 편지 -
어머니,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노래 "도미니크"가 흘러 나오고 있어요.
어찌하여 이 노래를 좋아하시게 되셨는지는 미처 물어보지를 못했었군요. 하늘 나라에 전화를 해 볼 수도 없고...
그러나 어머니, 어머니와 도미니크에 얽힌 웃기신 이야기를 오늘은 만천하에 공개하겠어요.
1989년 봄, 넉달 동안 제가 미는 휠체어에 앉으시고 천주교 교리반을 다니셨지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한쪽 귀로 들어가면(들어가기나 했는지?) 다른 한쪽 귀로 다 흘러나가 버리는
바보병(Parkinson's Disease)에 걸리셔서, 교리반이 다 끝났어도 아는 것이라고는 십자 성호 긋는 것 하나 밖에 없으셨지요.
영세 받기 전에 신부님 앞에 가서 한 사람씩 시험(찰고)을 봐야 하는데 큰일이였습니다.
그래도 휠체어를 밀고 신부님 앞으로 갔었지요. 신부님의 첫 질문은 "하느님이 계심을 믿습니까?"였었는데
어머니의 답은 "잘 모르겠는데요..."였습니다. Oh my God ! 이럴 수가 !
그런데 신부님은 웃으시면서 더 이상의 질문을 하시지 않으시고 합격시켜 주셨답니다.
아마도 제 성의를 보시고 합격을 시켜 주신 것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가 봅니다.
어머니의 답이 얼마나 솔직하고 귀여웠었나 싶어요. 신부님도 속으로 많이 웃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웃기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영세 받기 전에 각자가 원하는 세례명을 골라야 하는데 어머니의 부탁 말씀이
"마리아, 안나, 이런 이름은 너무 흔해서 싫다" 하셨지요. 세상에.....?! 교리는 하나도 모르시면서 이름은 멋진 것을
지으시겠다니... 그래서 세례명이 적힌 책을 한권 다 낭독해 드렸드니 결국 도미니카 라는 이름을 찾아내시고 너무 만족하셨지요.
Orange Hills에 있는 어머니의 묘비에 새겨진 'DOMINICA' 라는 이름을 볼 때 마다 어머니의 웃기신 일이 떠오릅니다.
지금 쯤 어머니는 많이 유식해 지셨을거라 믿어요. 왜냐하면 어머니 바로 곁에는 신부님, 주교님, 추기경님 까지도
누워 계시니까요. 이제는 저를 무식하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리운 어머니, 오늘 어머니 날을 맞아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하늘 나라에서 늘 저를 지켜주시는 어머니, 오늘도 고맙습니다.
어머니 날에, 사랑을 담아, 어머니의 단 하나의 딸이 올림
(이 우표는 어머니 계시는 곳 까지 가는 특별 우표입니다.)
*** 심순덕 시인이 쓴 시 한편이 마음에 와 닿아 적어 봅니다. ***
노래하는 수녀 (Soeur Sourire 1933 - 1985)
Dominique / Soeur Sourire
'간직하고 싶은 편지 > 보낸 편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80 노인이 되신 수녀님들을 웃긴 이야기 (0) | 2012.01.14 |
---|---|
크리스마스 카드 (0) | 2011.12.21 |
Happy Birthday 수경님 !! (0) | 2011.04.28 |
봄이 오면 친구가 온다고... (0) | 2011.02.21 |
Invitation (0) | 2010.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