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광섭 시인 >
김광섭 시인(1905~1977)은 다양한 경력의 시인이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1세대 해외문학파의 일원이었고 일제 하에서 긴 옥고를 치른 민족주의자였으며
금광을 운영하기도 했다.
신문사와 문학지를 발행한 언론인이며 교수였다.
경무대의 공보 비서관을 지낸 정치가이기도 했으니 보통 사람은 흉내내기 어려운 숨가쁜 일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생의 영향이겠지만 그의 시에는 〈안익태〉, 〈이승만〉, 〈고희동〉, 〈최규동〉 등등의 '인물시'가 많으며
사회 현실에 대한 진단과 전망, 행사시들을 따로 묶어 말년엔 《반응》이란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시의 진수는 역시 노년의 힘겨움 속에서 탄생했다.
'병(病)은 앓으면서도 양식(良識)을 기른다.
사 년 동안에/ 선량(選良) 이백 명분은 넉근히 쌓여서
/ 오늘은 오늘의 슬픔이 그냥 내일(來日)이 되는/ 그런 날이다/ 크게 바랄 것도 남지 않았고
(…)(〈병(病)〉)' 회갑 지나 뇌일혈로 쓰러지고 난 후 그의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저녁에〉 등과 함께
그 '노경'의 아름다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듀엣 '유심초'노래로 일반에 널리 알려졌지만, 화가 김환기의 대표적 추상화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도 높은 경지를 얻었다.
두 사람은 같은 성북동 언덕바지에 살며 사귐도 깊었다고 한다.
<< 그림이 된 시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作(1969)
1960년대 말. 뉴욕에 살고 있던 화가 김환기(金煥基)는 어느 날 오랜 친구였던 김광섭
(金珖燮 1905.9.22 함북 경성-1977. 5. 23 )의 시를 읽었습니다.
당시 김환기는 가난과 고독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럴 무렵 긴 투병 끝에 놀라운 기적으로
소생한 김광섭이 펴낸 시집에서 그는 눈이 번쩍 띄는 시를 발견하게 됩니다.
시의 제목은 <저녁에>... 그리고 그 시의 마지막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그의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김환기는 자신이 버림받은 존재라는 것을 이겨내고 그립고 다정한 얼굴들을 생각하며
점과 선이 무수히 반복되어 찍혀지는 점묘화를 그리게 됩니다.
이 그림이 유명한 대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입니다.
<< 노래가 된 시 >>
김광섭의 이 시는 유심초가 불러 노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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