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런 저런 이야기

언니 참 예쁘다

Veronica Kim 2015. 9. 6. 17:47

제목 : <언니 참 예쁘다>

 

2015년 8월11일. 여고 교가를 부르며 우리는 현옥 동문과 이 세상에서 작별하였다.

그동안 병고에 시달려 왔어도 우리는 그저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몸져 누워 지냈던 지난 수개월 간은 달랐다.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옴을 알았고,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에 들려 오는 동문들의 따뜻한 이야기들, 여기에 다 쓸 수는 없고,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지원 선배님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선배님은 자동차로 정확하게 40분 거리에 사시는데 거의 매일 환자 방문을 하셨다.

어떤 때는 눈도 안뜨고 말 한마디 안해도 그저 옆에 앉아있다 오기도 하고,

듣거나 말거나 이런저런 소식도 전하고 혼자서만 말하고 오기도 하기를 수개월,

죽이면 죽, 국이면 국, 바꿔가며 나르셨고, 식욕을 완전히 잃은 환자에게, 단 한 숫가락이라도 떠 먹여 볼려고

난생 처음 정성을 다하여 삼계탕도 끓이셨다 하셨다. 그러나 그런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는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 가서는 가슴 속에 느낌표 하나 크게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떠나기 얼마전, 선배님의 뒷뜰에 흐드러지게 핀 봉선화를 따서, 환자의 열손톱에 곱게 물들여 드렸다.

그 봉선화 예쁘게 물든 열손톱을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자랑하고 있겠지?

선배님의 봉선화 이야기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에도,

"요즘 우리집 봉선화가 만발을 하였는데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물들이러 오라 " 하셨다.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난 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사람들이 봉선화 씨를 좀 받아 달라고 매년 부탁하여, 그날도 봉선화 씨를 받는 날이였다.

한참을 봉선화 씨를 털다가 목이 말라, 옆에 두었던 마시다 만 오렌지 쥬스 컵을 무심코 들고 마시는 순간,

쥬스 컵에 빠졌던 벌 한마리가 아랫 입술 한 가운데를 톡 쏜 것이였다.

입술은 말 할 것도 없고 온 얼굴이 퉁퉁 부어 올랐지만, 밤이 되자 얼굴의 부위는 빠졌으나,

아랫 입술은 완전히 반달 모양으로 뒤집어진 채였다.

거울을 보니 그 모양이 너무 우스워서 웃다가, 갑짜기 반짝 하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 4월 이후 현옥이의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내 이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겠지? 내가 가서 웃겨줘야지.'

그리고는 그 밤에 바로 환자에게로 간 것이다.

과연 웃었다!!  그리고 숨이 가쁘면서도 이렇게 말했단다. "언니 참 예쁘다."

난 이 이야기를 듣고 경련을 일으킬 뻔 했다.

이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천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문에 대한 그 끈끈한 정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장례식 끝나고 동문들만 고인의 관 옆에 동그랗게 서서, 고인이 특히 좋아하던 교가를 부르자고

제안을 하셨다. 처음엔 교회측의 약간의 반대도 있었으나, 결국 우리는 눈물을 닦아가며  2절 까지 다 불렀다.

나중에 들으니 '참 잘 한 일'이라고 했다 한다.

고인의 그 곧곧한 성품(한 예로, 동창회용으로 사 둔 우표를 남편이 하나만 빌려쓰자 하시니,

"49센트 먼저 내놓으세요."하셨단다.)과, 확고한 인생관과 올바른 생활로  

남에게 베푸는 일이 몸에 베여 있었던 고인의 모범된 삶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기리 남을 것이다.

부디 안녕히 가소서~~~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해 주소서~~~

이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 그 속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며.....

 

 

 

 

 

  고인의 생전의 부탁으로, 고인의 부군이 클라리넷으로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찬송가 545)

                ("Annie Laurie"/Lady J. Scott,1838년 작곡)를 연주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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